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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1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Filed under: Books — Tags: , , , — bright size life @ 11: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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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못읽고 있는 책이 한두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9월 쯤 이 책을 사서 2달여간 느릿느릿 읽었다. 왜 사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저 이 책이 ‘나를 찾아왔던 것’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마침 중국의 정권교체기가 다가오고 있었으며 나는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중국 정권교체와 같은 ‘시사 이슈’에 적게나마 관심을 가질수 있었다.  항상 내 인생에 중요한 공부거리들은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나를 ‘찾아온다.’

고대 중국에 대한 도입부와 근대 중국, 자신의 주 활동 시기였던 닉슨-마오쩌둥 시기, 그 이후 까지 헨리 키신저는 자신의 중국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활동했던 닉슨-포드시절의 미 정부와 중국 정부간의 뒷 이야기들을 소설과 같이 흥미 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포스팅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중국의 이해 뿐 아니라 극동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번째 바뀌게 된 이해는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가 공산주의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다. 초등-중등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모르게 내 생각에 뿌리내린 공산당과 공산 국가에 대한 생각, “북한과 대한민국을 침략하여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고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은 혈맹 국가로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와 같은 심리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한가지의 관점은, 러-중-북한의 이데올로기적 혈맹적 관계보다는 일본 점령기 이후의 중-러 간의 헤게모니 다툼과 이에 기인한 영토 분쟁이다. 단지 혈맹이라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개별 주체국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결과인 것. 6.25의 발발과 중국의 암묵적 승인, 미국을 위시로 한 UN군의 참전, 인천 상륙작전과 북진, 그리고 중국의 본격적 참전에 의한 1.4후퇴까지. 단순히 공산주의 혈맹으로서의 참전이 아닌 러-중-미 간의 전략적 판단, 그리고 그 공백을 활용한 “한민족 세력”의 등장까지…(이 세력은 구체적으로 밝히기가 불편하다. 북/남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싶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교육 받았던 이념,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와의 차이, 자유민주주의의 우월함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개별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이를 기저로 한 전략적 외교라는 것.

두번째, 중-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영민한 노력이다. 우리가 언론 등으로 알게되는 외교적 결과들은 대부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인데, 키신저가 서술하고 있는 중-미 대화 제개를 위한 행동들은 마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에 빠져들게 한다. 서양의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옛날이나 근대나 지금이나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자금성 바깥에서 자금성 문을 통해서 살짝 보이는 궁 내부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어떤 신비감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이 서양의 관점을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 그리고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전 개화기 때의 실수를 재현하기 싫어하는 중국 관가-저우언라이를 중심으로 했던- 어떤 체통을 느낄수 있다.

세번째, 헤게모니 국가들의 일관된 외교 전략이다. 닉슨의 중국 방문에 짜여진 상호 협력을 위한 방향은 민주/공화진영을 넘어서 전반적인 대중 외교 전략의 일관된 베이스라인으로 짜여져 있다. 다만, 최근의 동북아 정세와 경제적인 갈등(!) 상황은 이러한 전략의 틀 내에서 미국의 당황스러움이 느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대화가 매우 어렵거나 어려웠던 상대와의 대화법 – 가서 쿨하게 대화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아니라도 한 발자국 전진 하는 것, 혹은 전진을 위한 토대를 닦는 것, 그리고 그 후대에 다른 방향이 아닌 그 방향으로 걷는 것 – 이러한 대화법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서 나는 의의를 두고 싶다. (물론 이후의 방북도 동일하다.) 전략적인 모호한 방향의 합의인지 구체적인 협약의 레벨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닉슨의 깜짝 중국 방문의 그림자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한가지 또 특이한 것은 대만과 인도와의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관점이다. 기동을 통한 무력 시위. 얼마전의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국 전투기 비행, 그리고 일본 전투기의 대응 기동 사건을 보았을때, 영토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법에 대해서 어느정도 유사점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다소 오바스러운 견해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도 이러한 측면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의 영토에 대한 행동 방향과 유사성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장황하게 나열했지만, 이 책의 묘미는 현대까지 연결해볼 수 있는 근대 역사에 대한 기록이며, 이것이 중국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 가장 민감한 축인 한반도 문제까지 연관이 있고, 이를 마치 소설을 읽듯이(자서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독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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